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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포

호러 리비드, 신비로운 감미로움

Livid, Livide(2011)

판타지 공포. 프랑스 88분

감독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앙 모리

주연 베아트리체 달, 제레미 카폰

 

 

 

'인사이드(2007년)'를 만든 두 명의 감독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에, 리비드에 거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전후의 작품들은 유사성을 따지기가 힘들 정도로 매우 달라 있었다. 인사이드가 예리함에 기댄 확실성을 지녔다면, 리비드는 거기서 탈피해 영혼의 통로로서의 몸에 천착했다.

 

 

인사이드 역시 물론 몸의 영화였다. 리비드의 전단계로서 찢고 가르고 꺼내지는 몸. 인사이드의 몸에서 태아가 나왔다면, 리비드는 영혼이 드나든다는 차이가 있다. 인물도 한 명에서 여러 명으로 늘었다.

 

 

리비드에 드러난 몸의 기호를 나열해보자. 오드 아이/ 수혈/ 각화된 피부/ 입/ 산소호흡기/ 발레/ 공중부양/ 박제/ 수술 장면. 한결 같이 인간의 신체를 동원하여 표현될 수 있는 양식이다. 입은 재생과 부활의 통로(지젤의 턱을 뜯어 부활을 막음), 오드 아이는 삶과 죽음으로 양분된 불완전성(한 쪽 눈을 붙이자 죽은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 장면)을 나타낸다.

 

처음 리비드를 봤을 때, 뭐라 설명하지 못할 경이로움에 현혹돼 연이어 화면을 돌려봤다. 한 컷, 한 컷마다 줄거리로부터 독립되어 그 자체로의 가치를 발했다. 마치 장면을 돕기 위해 이야기를 잠시 빌려온 형상이다. 중반 이후로는 대사도 거의 없이 오로지 몸의 전달력만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무언극이라 해도 좋을 정도.

 
부표와 같은 이미지들의 저 끝에 실종과 학대라는 사회 문제가 닿아 있다. 그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감독의 의도. 시간 속에 갇혀 스스로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제 깨어나라는 위로와 격려를 전해준다.
 
 
정신병원에서, 살인마로, 온갖 기괴함과 흉측스러움의 대명사로 오해돼 왔던 그들이다. 비록 뱀파이어라는 겉모습을 차용했으나 처연한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신비로움이라는 날개를 달고 부상하는 미학적 성취. 아마도 이 작품이 당분간은 두 사람에게 최고치로 기록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