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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포

차가운 열대어 2012년 소노 시온 이 영화에서 선악을 가르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 소노 시온. 외계생물체 같은 감독이다. 대범하기도, 저속하기도 하다. 이 영화도 역시 두세 번 보았는데, 시간이 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폭력의 미학이라는 말을 끌어올 것까진 없을 것 같다. 차가운 열대어는 폭력과 일상을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타라는, 과거의 진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 그것을 달성케 했다. 나는 일본영화를 볼 때 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그건 그들이 화 내는 방식이다. 목청을 열고 소리를 내지르는 방식. 한데 그게 다가 아니라 특유의 공통점이 있어서다. 내가 느끼기론 화를 안 내는 사람이 억지로 화를 낸다거나, 화를 낼 줄 몰라 연기교본에 따라 흉내를 낸다는 느낌이다. 내가 이상한가? 나는 일본영화에서 진.. 더보기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년 프랑스 캐나다) 요즘 영화를 많이 봤는데 여러 모로 경이로운 경험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단연 이 영화가 경이로웠다. 뭐가 경이로웠는가 하면 '순교' 이 두 글자였다.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사이비 단체는 지옥도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너머 이상향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순교 즉 고통의 승화를 통함이었다. 내게 놀라웠던 건 공포영화에 있어 낯선 개념을 차용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것을 우습지 않게 녹여낼 수 있었던 어떠한 순수함, 오염되지 않은 정결함에 의해 영화 전체가 압도되고 지배되었던 점이다. 이야기 자체는 평탄한 흐름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영화 전반에 흐르는 말했다시피 순수성이다. 나는 이 영화를 이번이 두 번째로 보았는데, 도중의 미국영화는 숫제 회피하.. 더보기
영화 경고 caveat - 미지에 도사린 긴장감 이번에도 나 혼자보는 리뷰다. 아일랜드 영화라고 한다. 사실 그리 집중해서 보지도 못했는데, 엔딩이 올라가고 낮잠도 한숨 자고 일어난 후에 어쩐지 여운이 가시질 않아 몇 글자 끼적여 본다. 매우 독창적인 영화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낯섦이야 말로 아메리카에 젖어 지낸 우리네에게 던져지는 유럽의 힘이다! 그 힘은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대담함으로부터 비롯된다. 곧 미지(未知)를 말함이다. 첫째, 대화가 많지 않다. 이것이 기억에 관한 영화이므로 그렇다. 하지만 기억에 관한 영화라 해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 감독의 모험 혹은 도발로서 받아들인다. 익숙한 대화, 흘러가는 잡담에 지친 사람이라면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둘째,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줄 시각적인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우중충한 인물들,.. 더보기
엔젤 하트 리뷰 - 흐르듯 박제되는 순간들 오늘로써 줄잡아 10,000일쯤에 육박하리라. 언제 다시 꼭 보고야 말리라 기회를 엿보았던 엔젤 하트. 그를 향한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은 날, 바로 지금이다. 내 그리움의 정체를 공고히 하자면 그 당시 그 시절로 굳이 되돌아가야만 한다.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그려낼 수 있구나, 이 비법 아니 마법에 일조했던 사람들을 더듬던 내 시선이, 오늘날 영화 관(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인정해야겠다. 나는 엔젤 하트로부터 그리 멀리 달아나지 못한 것이다. 모든 영화가 이토록 매혹적이라면 아마 난 시간의 파산자가 되고 말 게 뻔하다. 과거 내 인지력에 가는 금을 내거나, 숫제 퍽 소릴 내며 산산조각을 내버렸던 엔젤 하트. 아마도 알란 파커가 구축하려 했던 세상과, 내 어린 동경 심리가 정확히 맞물리며 일으킨 화학.. 더보기
영화 멘 - 과연 새로움일까? A24 영화사. 자막에 떠오른 숫자를 접한 순간, 영화를 봐두어야 할 이유가 충족됐다. '또 어떤 식으로 신경을 긁으시려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니, 조금은 능가했다. 장르를 집합하고자 했을까? 이 기이한 영화는 그 자체로 우리네 현실을 반영한다. 눈만 뜨면 21세기라곤 기대되지 않는 상황들이 한 묶음씩 안기는 세상이니까. 내게 있어 영화는 두 부류로 나뉘곤 한다. 인정받을 수 있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전자는 또 다시 둘로 나뉘는데, 재차 보고 싶은 영화와 그렇지 않고 오로지 한 번으로만 족한 영화다. 이 영화 멘은 딱 한 번으로 족할 영화가 되겠다. 인정, 노 인정과는 별개로 심미안이 거부감을 갖는 영화. 그 첫 번째 대표는 곡성이었고...... 제대로 쓰자 하면 몇 개의 과정이 .. 더보기
영화 유전 - 늦게 쓰는 리뷰 너무 뒷북이라서 리뷰라고 말하기도 어색할 지경이다. 그런데 한번 날 위해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무척 많이 보았다. 실은 아주 명료한 영화이다. 모호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게 약점이 될 만큼 명료하고 또 명료하다.  영화 유전은 하나의 완벽한 영화적 세계를 창조했다. 그 세계의 단단함이, 그 결집성이 영화가 가진 힘인 동시에 허구의 세계 바깥으로의 출입을 거부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전은 그토록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빈틈없이, 허점없이 영화라는 장르 그 안에 소속돼 있다......   유전은 초반에 주연인 토니 콜렛의 어딘가 들뜬 것만 같은, 나에게는 억지스러운 연기가 지속적인 감상을 방해했다. 그 느낌은 아직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워낙 험한 역할이었음을 인정하지 않.. 더보기
호러 리비드, 신비로운 감미로움 Livid, Livide(2011) ​ 판타지 공포. 프랑스 88분 감독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앙 모리 주연 베아트리체 달, 제레미 카폰 '인사이드(2007년)'를 만든 두 명의 감독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에, 리비드에 거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전후의 작품들은 유사성을 따지기가 힘들 정도로 매우 달라 있었다. 인사이드가 예리함에 기댄 확실성을 지녔다면, 리비드는 거기서 탈피해 영혼의 통로로서의 몸에 천착했다. 인사이드 역시 물론 몸의 영화였다. 리비드의 전단계로서 찢고 가르고 꺼내지는 몸. 인사이드의 몸에서 태아가 나왔다면, 리비드는 영혼이 드나든다는 차이가 있다. 인물도 한 명에서 여러 명으로 늘었다. 리비드에 드러난 몸의 기호를 나열해보자. 오드 아이/ 수혈/ 각화된 피부/ 입.. 더보기
인사이드 2007, 금기의 부름 A l'interieur, Inside, 2007 ​ 프랑스 호러 감독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앙 모리 출연 베아트리스 달, 알리송 파라디 인사이드는 아마도 내가 고어물에 집중하게 된 최초의 동기이다. 더 정확히는 프랑스 호러. 이 작품 이후로 '엑스텐션', '프론티어', '마터스' 등을 더듬었다. TV에서는 찾기가 어려워 유튜브에 의존했는데, 폴란드어 더빙이라는 식이어서 가지 끝에서 끝으로 옮겨다니는 듯한 프랑스어 억양은 포기해야 했다. 사실 난 잔혹한 장면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아마도 고어물에 이끌린 대부분의 관객이 나와 비슷한 변명을 할 것이다. 우리는 잔혹함을 즐기는 게 아니라 보통의 영화가 지닌 맹점- 행복에의 강권, 이분법적 사고 등-에 너무 지쳤을 따름이라고. 이미 다 아는 얘기를 들으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