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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포

이스턴 프라미스 - 또 하나의 지옥의 묵시록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2008년 작/ 2015년 재개봉/ 비고 모텐슨/ 나오미 왓츠/ 뱅상 카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는 감독, 배우, 연기, 대본이 탄탄한 영화이다. 개봉은 2008년이지만 그 이전 세대로 되돌린다 해도 격조가 어울릴 법하다. 극명한 선악 구도에 기반하여 시곗바늘을 늦춤으로써, 눈앞에서 고전작품을 펼쳐 읽는 것만 같은 무게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 속 비고 모텐슨이 분한 니콜라이가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를 쥐고서 흔들어야만 했던 이유이다.  

 

지난 세대 거장의 향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놓쳐선 안 될 이스턴 프라미스. (그는) 보다 정제된 알란 파커 감독, 저수지의 개들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수식어만으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몇몇 인물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감독에게 재능이란 무엇인가, 그 최종역은 스타일의 발현이 아닌가 등이었다.

이런 풍경을 그려 보라. 무채색 바탕 위에 굵고 진한 핏물이 번질 것이다. 살인은 하나의 신호탄일 뿐 그 자체 큰 무게를 갖지 않는다. 두 명의 굶주린 광인이 등장하고, 곧 뒤를 이어 천상의 여인과 그녀를 수호하는 악마보다 더욱 강인한 수호신이 출몰한다.

소녀들이 짓밟힌 그 땅의 이름은 러시아이며, 영화 속 배경은 런던이다.

숨소리는 무겁고 그마저 나타났다 끊어지길 반복한다. 그렇게 숨을 누른 채 격렬히 쫓고 쫓기기를 여러 차례. 최종적인 승리에도 안개는 걷히지 않았으나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승리라 할 것이다. 

러시아에선 사람들 이름이 다 비슷하다고 한다. 한 명을 부르면 열 명이 돌아본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영화에서도 그런 우스개가 나온다. 

 

무엇을 기대해도 그 이상일 것이다. 스타일만 놓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