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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포

인사이드 2007, 금기의 부름

A l'interieur, Inside, 2007

프랑스 호러

감독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앙 모리

출연 베아트리스 달, 알리송 파라디

 

 

인사이드는 아마도 내가 고어물에 집중하게 된 최초의 동기이다. 더 정확히는 프랑스 호러. 이 작품 이후로 '엑스텐션', '프론티어', '마터스' 등을 더듬었다. TV에서는 찾기가 어려워 유튜브에 의존했는데, 폴란드어 더빙이라는 식이어서 가지 끝에서 끝으로 옮겨다니는 듯한 프랑스어 억양은 포기해야 했다.

 

사실 난 잔혹한 장면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아마도 고어물에 이끌린 대부분의 관객이 나와 비슷한 변명을 할 것이다. 우리는 잔혹함을 즐기는 게 아니라 보통의 영화가 지닌 맹점- 행복에의 강권, 이분법적 사고 등-에 너무 지쳤을 따름이라고. 이미 다 아는 얘기를 들으려면 굳이 영화를 봐야 할까?

 

고어물은 병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설령 매표를 위한 눈요기라 한들, 답을 알 수 없는 제로 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유혹이다. 고어물의 전제는 언제나 살인이다. 대체 왜? 어떻게? 라는 의문에서 벗어나 있는 자, 그는 어쩌면 살인을 저질러 본 경험자일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나온다. 고어, 호러, 공포 어떤 이름이든 비슷하다. 이들은 순식간에 필름을 낭비했다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 실패한 고어물은 필연적으로 혐오를 동반하며 여타 장르에 비할 바 없이 원색적인 혹평을 덮어쓴다. 그리고 그 비율은 대체로 높은 수치이다.

 

인사이드는 첫 순간부터 나에게 봐야만 할 이유를 심어줬다. 배우의 유명세나 스토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면 심리. 하지만 그것도 역시 전부를 설명하고 있지는 못하다. 앵글을 잡는 독특한 방식이 차츰 눈에 들어왔다. 종종 근거리에서 인물의 얼굴을 생략하고 목소리만을 들려줬다. 때로는 몸을 생략한 채 얼굴의 반쪽만을 비추기도 했다. 태아의 시선과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음일까?

 

집의 내부 등 컬러는 짙고 두터웠다. 주인공은 일찌감치 입술을 공격당해 큰 소리로 구호를 요청하지 못할 처지다. 밀집된 주택가 공간에서 필요했던 조치. 감독은 모습을 감춘 채로 모퉁이에 숨어 비중과 농도를 조정했다.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여자. 다른 인물들은 모두 부수적이다. 살인 이상의 원하는 바가 뚜렷했기에 과정은 더욱 질기고 치열했다. 압도적인 공포라기보다는 머리카락을 꺼둘리는 듯한 끈덕진 각축전에 휘말린다. 금기를 향한 도전은 이성의 말살과 함께 첫 숨이라는 아이러니의 트로피를 모두에게 내보인다.

 

임산부 역을 맡은 알리송 파라디는 조니 뎁의 부인이었던 바네사 파라디의 여동생이다. 침입자 역의 베아트리체는 다 알다시피 감독의 주요 작품에서 악역으로 활약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