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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포

영화 서스페리아, 시대의 방독면을 쓰다

2019년 / 공포 / 이탈리아, 미국 / 152분

감독 루카 구아다니도

출연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 클로이 모레츠

 

 

뭐라고 단언하기가 쉽진 않은 영화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보아 둘 필요는 있다는 것. 전작의 명성을 잇고 있으며, 실험성이 짙어 해석이 용이하지 않다는 면이 그러하다. 의견이 분분한 작품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여 또 하나의 신경증적 분석을 가미하는 재미.

 

 

감독인 루카 구아다니노와는 초면인데, 다소 혼잡스럽고 이국 향이 강한 이탈리아 특유의 분위기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배우들, 영국 배우들, 게다가 구시대의 베를린이라는 낯선 공간마저 더해지며 마치 다국적 함선을 힘겹게 이끌고 간 듯한 우려를 일으켰다. 

 

개연성에 의존한 퍼즐 맞추기의 쾌감보다는 비약과 도약을 통한 시각적 장치에서 얻어지는 만족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여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다코타 존슨의 흡입력, 발전된 연기를 선보이는 미아 고스와의 재회, 평범한 역할도 기이하게 변모시키는 틸다 스윈튼의 마력도 손꼽을 만하다. 잊을 만하면 삽입되는 정치 뉴스가 관람자의 입장에서 편하지만은 않았으나, 그 또한 고딕적인 양식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전작을 건너뛰었던 내 좁은 시각에는, 나열 식의 테이블 장면이 불필요하고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었다. 지중해나 이탈리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쾌하고도 재잘거리는 식사 장면을 뜻함이다. 

 

물론 나는 두 시간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침을 삼켜가며 지켜보았다. 뜻밖의 세계로의 여행, 인간의 몸이 포착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타이밍인 발레를 훔쳐보고 싶어서였다. 황홀함의 절정에서 사지가 뒤틀리는 추악함을 건져 올리는 것. 그 표현법이 몹시도 궁금했다.

 

여러 장치들이 언급될 만하다. 독재 정권, 페미니즘, 오컬트, 마녀...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두 번의 관람도 괜찮을 성 싶다. 위에 언급한 장치들이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쯤이 필요하다. 하나 나는 한 번에 그쳤는데 영화 말미에 제공되는 카타르시스가 전반의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던 까닭이다. 

 

 

재미보다는 이해가 요구되고, 공포보다는 혼란이 선행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중에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던 건 일사분란한 감독의 지휘봉을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공포 영화가 지향할 향방을 가늠할 수 있어서였다. 

 

답이 주어지지 않는 것, 시대의 맥락과 함께 하는 것. 불투명한 유리 너머의 서스페리아가 던진 감상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