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공포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년 프랑스 캐나다)

 
요즘 영화를 많이 봤는데 여러 모로 경이로운 경험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단연 이 영화가 경이로웠다. 
 
뭐가 경이로웠는가 하면 '순교' 이 두 글자였다.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사이비 단체는 지옥도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너머 이상향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순교 즉 고통의 승화를 통함이었다. 
 
내게 놀라웠던 건 공포영화에 있어 낯선 개념을 차용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것을 우습지 않게 녹여낼 수 있었던 어떠한 순수함, 오염되지 않은 정결함에 의해 영화 전체가 압도되고 지배되었던 점이다. 
 
이야기 자체는 평탄한 흐름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영화 전반에 흐르는 말했다시피 순수성이다.
 
 
나는 이 영화를 이번이 두 번째로 보았는데, 도중의 미국영화는 숫제 회피하고 보지 않았다. 
두 번째에 발견한 것은 역시 세월에 무관하게 전체를 아우르는 극도의 정신성이었다.
말하자면 오리지널이 갖는 아우라.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그것은 아마도 공포-죽음- 순교에 이르기까지의 비밀스러운 계보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을 건너뛰면 남게 되는 건 찌끄러기 표절에 지나지 않게 된다.
 
 
나는 종교를 가진 적이 없었으므로 내 사전에는 일찍이 순교란 없었다.
그 탓에 더 신기했고, 지금도 신기하다. 
 
당시에는 종교, 정부가 영화에서 잘 팔리는 중요 코드였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영화의 막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산점이 획득되었다. 
그 무게,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세계사의 흐름이요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젠 그런 소재는 한물간 것으로 치부한다. 이젠 그 자리를 돈과 향락이 채우는 것 같다.
삶은 신에 의한 숭고한 과정이 아니라, 결말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 된 것이다. 
당연히 영화 속 흐름은 속도가 가속화되고, 언행은 가벼워지고, 테마는 실종된다. 
 
아무튼 마터스는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공포영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였다. 
그 중에서도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다. 
영화의 본고장이었던 만큼 프랑스 공포영화의 특징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들은 일단 칼을 뽑으면 절대 흐지부지 내려놓는 법이 없다. 
 
이 점은 스페인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차이라고 하면 전자는 흥미로우나 후자는 지겹다는 것이다. 
전자는 몰입시키나 후자는 달아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쩌면 마터스는 결말에 이르지 못한 하나의 시도로 그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도는 얄팍하지 않고 거대하며 동시에 깊이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영화에 임한 자세에 있을 것인데, 갈망 그것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본 건 웨이브를 통해서였는데,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엔딩 가까이의 살갗을 벗기는 장면이 생략되었던 것 같다.
그 장면이 극도로 고통스러웠는데 건너뛸 수 있어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부족함이 남는다. 
 
인생에서 꼭 봐야 될 영화 몇 편을 추린다면 이 영화 마터스를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잠시 짬을 내어 씁니다. 문장은,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