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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번째 오페라- 안드레아스 숄/ 비발디: 주께서 세우지 않으시면

 
 
 
세계적인 카운터테너(여자 음역을 내는 남자 성악가).
 
중요하진 않지만, 내 음악 성향 같은 걸 설명하자면.
밝음보단 어두움, 부드러움보단 예리함(물론 이들 상반되는 가치는 서로가 있음으로 가능하나), 단 한 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독창성... 따위를 즐긴다.
 
안드레아스 숄. 우연히 유튜브에서 인물의 얼굴만을 보고 접하게 됐다. 당연한 노릇이겠으나 록 가수들과는 판이한 외모. 그러나 성악가치고도 왠지 모를 석연찮음을 안긴다. 
부드러움 뒤에 숨어 있는 날카로움, 정체성을 파악 못 할 불가해함.
이 얼굴은 많은 걸 말하고 있다. 선악을 가르는 게 무의미할.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남모르게 인간계에 진입한 그의 날개는 희었나? 검었나?
 
 
남자의 몸을 통해 뿜어져나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최초의 '소름 끼침'이 가신 후에도 두고두고 우리에게 기존 감각을 넘어서는 기이함을 선사한다. 새로운 과제 앞에 어떤 감정을 느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차츰 나에게로 다가서는 오페라. 그들이 지닌 장점 중의 하나는 설사 그들이 온세상을 뒤덮을 만큼 고음을 내지를 때에라도 적절한 절제감을 잃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기계화된 발성 장치를 연상케 하는 여타 장르, 여타 가수들과의 차별점으로 그 어떤 가치보다 독특함을 우위로 삼던 내게 새로운 발견으로 다가온다.
 
바로 그 폭풍 같은 고음 속에 도사린 고결한 절제감이, 낮게 뛰던 내 심장에 견디기 힘든 압박을 가할 때 내가 지닌 탁한 불순물은 비로소 출구를 찾는다. 
 
비로소 아픔은 지극한 미를 위해 존재해 왔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잠든 사이에도 찾아 떠도는 영혼이다. 
 
어디로 가야 하나? 더 큰 아픔, 더 오랜 방황만이 바로잡아 줄 것이다. 
 
귀결점은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 만큼의 가야 할 곳.
 
오직 혼자서.
 
서다.
 
 
사족: 의외로 전갈자리 아티스트 많지 않은데 그는 전갈자리이다. 내가 혹시 전갈자리 아닌가 했던 아티스트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한 가지에 천착하는 음악 경향이 그런 생각을 갖게 했다. 그는 하루 빗나간 전갈자리.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발디라는 경이로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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