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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끝난 사랑이 더 좋다

드라마 멜로. 2004년 개봉

감독 이누도 잇신

주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유명한 조제 그 영화다. 영화를 몇 편 올리다보니 꽤 올드하게 되는데 실은 내 취향은 많이 선진적이다.

다만 요즘 영화에 끌리는 게 없어 편리한 대로 고르다보니 그게 조제였다.

조제란, 프랑스 작가 사강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란다.

그것을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의 가명으로 삼고 있다.

참고 삼아 사강은, 작가 대열 속에서도 가장 철없고 천부적이고 '망'한 측면이 있다.

나쁜 뜻이 아니라 인생 경로가 그러하다. 난 물론 당연히 사강이 좋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할까? 젊음의 영화는 맞긴 맞는데...부족하다.

하여간 영화 음악이 상당히 쌈박하다. 유튜브서 업어올려다가 웬일인지 공유가 안 돼서.

J팝은 거의 모르는데, 제목인지 QURULI Highway 라고 표기돼 있다.

정말 하이웨이 패쓰하듯 속이 뚫리는 노래이다.

단조로운 리듬, 음표. 그런데 전체적인 효과는 전혀 단조롭지 않고 활기찬가 하면 나른하고 라는 식으로 복잡해진다. 마치 백수의 심정이랄까? ㅋ

 

남자 주인공은 깎아놓은 밤톨 같은 미남이다. 단언할 순 없지만 여자들이 내심 선호하는 미남형은 아닐 듯한데(나만 그런가?) 이와 반대로 여자 주인공은 수수하고 은은하여 대비되었다.

여주는 하반신 마비로 할머니가 계실 적엔 할머니께, 그 분이 돌아가신 후엔 남주에게 의존하여 살아간다.

 

이런 식의 일본 소설이 내 기억에 분명히 있는데, 류노스케의 짧은 단편이었다고 생각된다.

남자가 여자를 업고 길을 나서는데, 왜 자신이 여자를 업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렇게 여자를 업고 산을 넘었는데, 갈수록 여자가 짐스럽고 무거워서 죽을 듯이 두려워진다는 내용.

이 단편소설을 전제로 하여 영화를 보면 사뭇 다르게 보이는 면이 있다.

 

조제는 엄연히 젊은 영화를 표방했으나, 속내는 남자와 여자의 경제적 부양과 피부양(장애와 비장애가 아니다)을 다루고 있다는.

얼결에 여자를 책임지고 만 남자의 당혹감과 중압감.

그는 끝내 여자를 버리기로 하고 돌아서나, 폭풍처럼 울음을 터뜨리는 '각성'을 갖는다.

이 뼈아픈 체험으로 그는 비로소 삶의 무게를 책임질 수 있다는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수채화 같고/ 우화적이고/ 그런 거지 뭐 하는 독백식의/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는/ 허술하다가 강하게 먹이는/ 순수하면서 타락한/ 논리적이고 모순된/ 합리와 비합리/ 가학과 피학...을 거쳐 형성된 잊지 못할 하룻밤 꿈. 그 서정성. 이누도 잇신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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