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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일본영화 마더- 저들의 힘

2020년 개봉

오모리 타츠시 감독

나가사와 마사미 주연, 아베 사다오, 나가노 타이가

 

 

 

오랜만에 서늘한 영화 한 편을 봤다. 일본 영화 마더. 엄마라는 영원한 화두를 내건 또 하나의 시도. 이미 각국의 감독들마다 이 영역을 향해 돌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오늘 내가 발견한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마더는, 일그러진 화풍으로 완성시킨 따스함이었다.

 

스토리는 곁가지 없이 명쾌하다. 시작부터 비뚤어진 엄마, 생활비 구걸에 동원되는 어린 아들, 의절당한 친정집. 그 와중에 파친코에서 만난 남자친구, 그리고 태어난 딸.

 

전기가 끊기고 더운 물이 끊기고, 급기야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생활. (사회라는) 우리에 갇힌 야생동물은 목표를 잃고 부유한다. 그녀를 향해 입체적인 시선을 잃지 않으려던 나는 끝내 그녀에게 동화되지는 못했으나, 모르겠다. 과연 한 순간도 그러지 않았는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건, 저들은 왜 무너지지 않는가였다.

더러워진 옷차림과 내질러진 괴성, 끝도 없는 만행이라는 전개에도 시종일관 투명함을 잃지 않는 한 줄기 빛이 고고히 머무는 것이다.

뭔가 서툴다, 그 서툶이 어린아이마냥 순수하게 그리고 충동적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가장 두려운 건 미소. 눈물도, 고성도, 살해도 아닌 나약함이었다.

곳곳에서 파도는 인다. 그러나 가장 큰 파도는 이 곳이었다.

 

감옥에 있으면 "밥은 먹을 수 있잖아요. 책도 읽을 수 있어요."

부국이라는 일본이 드러낸 이 처참한, 날 것의 현실 앞에 자칫 이성은 격랑을 만나 찢기었다. 이차적인 풍랑은 이 지점이다. 복지사가 그녀를 찾아가 '엄마'의 손을 자기 뺨에 갖다대는 것. 보육원에서 자라 모성에 대해 모르는 복지사가 마침내 발견한 엄마라는 실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아들은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험한 생을 걷느라 배움을 겪지 못한 아들은 그럼에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는 즉 이 사회를 대신하여 사랑한다는 말을, 영원히 갱생이 불가능할 엄마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네들이 치사해지려 하면 할수록, 무너지려 할수록 서늘하게, 투명하게 버티는 힘이 튀어오른다. 이것이 오모리 타츠시가 그린 마더의 힘. 달리 찾아내기 힘든 뛰어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