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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중

맛 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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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향은 익숙하면서 미각을 자극한다. 세포의 깊숙한 곳까지 일깨우는 힘은, 타협하지 않아 직선적인 매서움과 이를 감싸안는 풍성함의 조화로운 표현. 카누를 타고 대서양을 흐르듯 늦은 오후를 향유하는 시인의 점심에는 빼어남에 뉘우침을 바치는 신의 라면 「신라면」

2. 너는 오래 씹어도 좋다. 금세 삼키면 손해를 보는 듯하나 나의 인내심이 바닥난 탓이다. 한 개씩 둘씩 귀여움을 강탈해 색깔별 단맛을 편취한다. 완벽하며 이국적인 자태는 반복된 내 노력으로 친근하게 승화된다. 「하리보」

3. 저항에서 순응으로의 템포, 순차적인 허물어짐이 시야를 앗아간다. 봉쇄된 입구의 저 너머를 탐색하여 한 모금씩을 넘긴다. 덩그러니 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소환장. 청춘과 사유와 습관이 부르는 곳에 함께했던 시간이 놓여 있다. 햇살과 그늘과 검은 노예들의 강을 비밀스런 애정으로 매듭짓는 「커피」

4. 조촐하나 만만찮은. 달기보다는 체액에 맞춘 농도에 조심스러움이 더해져 부드러움으로 태어났다. 실용과 사치, 냉장과 냉동,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식탁의 이단아. 천장까지 탑을 올리더라도 끝내 친숙해지지 못할 문화의 차이가 도사리지만, 그 첫맛은 언제나 감동. 「치즈케이크」

5. 수고와 관리의 필요는 대량생산의 한계를 말한다. 비록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의 가치는 공급량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생일이나 기념일이 다가오면 머릿속은 이미 새하얀 크림으로 채워진다. 그 위에 장식된 과일은 시럽이라는 이불에 덮여 들뜬 기쁨을 튕겨낸다. 「생크림케이크」

6. 떡은 일반보다 조금 작습니다. 포장은 언제든지 완벽하구요, 기대에 상응하는 맛을 바라면서 불 앞에 섰습니다. 어묵과 야채를 살짝 가미하면 인스턴트를 능가합니다. 다소 심심한 것은 건강을 표방하기에 무마되는 성질이며, 철따라 신제품이 나와주니 고객만족 우선입니다. 「풀무원 떡볶이」

7. 더러 적중률은 입맛을 포섭한다. 예상하지 못한 공습에 의심을 품고 접근한다. 이 맛이 정녕 네 맛이냐? 부드럽고 달콤 매콤하게 휘어잡으나, 어느 날엔가 강한 유혹에 대한 반대급부로써 환멸 또한 살짜기 찾아올 것을 감수해야 한다. 밀당의 선두이자 적확한 소스 「밀당의 고수 즉석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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