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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미국

너의 모든 것, 넷플릭스 미드, 조의 모든 유리알 유희

출연 펜 베질리(조 역), 엘리자베스 라일(벡 역), 빅토리아 페드레티(러브 역) / 청불 / 미국드라마 / 범죄 스릴러 로맨스 / 원작 캐롤린 켑네스

 

 



너의 모든 것사이코패틱 러브 스토리라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인간성 상실 등 자칫 삭막해질 위험성을 유머와 위트가 가미된 풍성한 언어 유희로써 메꾸고 있다.

그 신박한 조합이야말로 극을 활기 있게 이끌어가는 원동력인 셈이다. 멋모르고 TV 앞에 앉았다가는 날새는 줄 모르고 취할 것 같다.

우선은라는 인물이 갖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자신만만한 바람둥이로 보일 정도로 여자의 심리를 조정하는 데 능숙한 그.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전략적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듯 보이나 편법과 범죄를 주로 택하고 있다.

상당한 지식과 문학성을 갖춘 반면 철두철미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혼자 예단하고 판단하는 가운데 오판과 충돌에 휩싸인다.

조의 심리가 투영된 독백, 비뚤어지거나 가시가 돋은 독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현혹시킬 만큼의 논리성과 창의성, 막강한 설득력을 얕보기 힘들다.

"아는 사람한테서 숨으려면 네가 가장 싫다고 생각했던 도시에 숨는 게 최선이다." 뉴욕을 떠나 LA로 숨어드는 조의 변명

 

시즌 1은 뉴욕을 배경으로 조라는 서점 직원과 작가지망생 벡의 연애를 다루었다. 물론 그 연애라는 게 달콤, 무시무시했지만. 따라서 시즌 2는 조의 도피를 겸해 LA로 장소를 옮긴다. 이때에 조는 신분세탁가의 신분을 사칭해 윌로 지낸다.

 

방을 얻고 카페에 취업하고 면허를 살리고... 이 모든 행위는 전과 같이 사랑을 사냥하기 위함이다. 풀숲에서 지켜보다 목덜미를 깊숙이 파고드는.

그러나 이번에 포착된 상대는 전과 같지 않다. 한 번 결혼했던 경험이 있는 러브. 그녀의 남편은 2년 전 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차별받는 약소국가의 시민을 돕고,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며, 조 이상 적극적으로 사랑에 나서지만 이상하게도 성급한 기미가 느껴진다. 게다가 요리에까지 식견이 넓은 러브는 과연 어떤 부류일까? 요리는 소위 그 분들이 선호하는 분야이기에.

 

"누구에게나 완벽한 타코가 있다." 러브

 

조와 러브는 식료품점이자 카페에서 함께 일한다. 그 곳의 상호는 어나브린. 너바나(열반)를 거꾸로 표기한 이름이다. 카페에서 면접을 보던 조의 가방에서 나온 책은 다름아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그러나 취업 후 조는 도서를 정리하던 중 아카식 레코드 서적에 구역질을 느낀다. 아카식 레코드라 하면 소위 영혼의 세계를 다루는 예언서쯤 될 것이다.

가게 주인의 아들 포티는 조에게 묻는다. "칼 융의 책이 비건이냐? 아니냐?" 이에 조는 대답한다. "나무로 만들어졌으니 비건이다."

한편, 조에게는 내내 캔디스의 환영이 따라다닌다. 죄책감 때문은 아닌 것 같고, 나름의 인과응보이거나 편집적인 성향의 결과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스스로에게 빠져 허우적대는 차에 캔디스는 더욱 그를 고갈시킨다. 또한 신분을 도용하느라 가둬둔 진짜, 윌에게 받아야 할 빚이 있다는 마피아 재스퍼로 인해 조는 더욱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그러나 이는 자신에게서 비롯됐으며, 어떤 면으론 위기를 즐기기까지 하는 인물이다.

집주인이자 기자인 딜라일라와 그녀의 동생 15세 엘리가 가담하며 이야기는 더욱 중첩을 파고든다. 이미 새끼손가락을 잃은 조에게 있어 고난은 이제부터다.

책 광고를 의심할 만큼 작가 거론에 스스럼이 없다. 존 디디온, 레이몬드 챈들러,...

*존 디디온 1934년생 미국의 유명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저서 '상실'과 '푸른 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