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SF

매트릭스 1999- 철학, 액션과 만나다

작은참새 2022. 12. 2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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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워쇼스키 형제/ 1999년 개봉

주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서기 2199년 경, AI들이 인간을 재배한다!

인간들에게 인간을 양분으로 주입하여 재배한 후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시대.

식민 지배하에, 사람들의 의식은 매트릭스 프로그램에 갇힌 채로 1999년을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낮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밤엔 해커로 이중생활하는 앤더슨은, '매트릭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에 매달려 지낸다. 이는 자각 있는 인간들의 모임, 시온파의 리더인 모피어스와의 대면을 이루게 한다. 

폐기된 도심의 하수구를 함선으로 떠돌며 AI들에게 저항하는 모피어스. 그는 시온의 코드를 쥔 유일한 인간으로, AI 요원인 스미스의 표적이 된다.

자각있는 기계(인공지능)이자 가공할 능력의 스미스는 "난 이곳의 냄새가 싫어. 너희의 냄새를 맡으면 나도 감염될 것 같아. 시온이 파괴되면 나도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라며 모피어스를 고문한다.

 

 

매트릭스는 사람들이 무심코 받아들이는 규율, 억압, 통제의 비유이다. 

다소 일탈적이긴 하나 평범했던 앤더슨은, 모피어스가 일러준 인류 구원이라는 임무를 받아들이기 버거워한다.

그에 대해 부정적인 오라클의 예언이 더해지며 상황은 의심 쪽에 기울어가나, 이를 극복하듯 한 겹씩 베일을 벗고 네오로 성장하는 그.

인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진실에의 갈망 그리고 모피어스에의 희생심이 더해지며, 그는 트리니티의 사랑에 힘을 얻어 죽음의 관문을 통과한 후 마침내 거듭남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AI에게 재배된 인간을 어디까지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다. 

네오는 "스푼은 없다."는 말로 매트릭스를 부정하며 자신의 신적 능력을 간단히 정당화하지만 말이다. 결국 그가 드러낸 신의 능력이야말로 시스템의 정점인 동시, 그를 과연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커지게 한다(극 중 인공적인 출산 장면이 있지마는).

또한 이는 잡담이지만 오라클의 등장도 내겐 기이했다. 오븐과 부엌이라는 구도가 신선하되 오라클에 감독이 이입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낳게 했다. 그의 성 정체성을 꼭 고려해서는 아니지만.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대사는 한 순간도 찾아보기 힘들다. 

"생각하지 말고 인식해."

"스푼은 없다."

"오라클이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냐. 그녀는 길을 보여줄 뿐이야."

"문까지 안내해줄 순 있어. 하지만 그 문으로 나가는 건 네가 할일이야."

"기시감(데자뷰-버퍼링), 그것은 매트릭스의 결함이야. 변화가 일어나기 전의 징조이지."

"너희 인간은 포유류가 아니야. 자연을 고갈시키는 바이러스, 질병. 그리고 우린(AI) 너희의 치료제야."

"이 동물원, 감옥(매트릭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우린 최초에 완벽한 매트릭스를 만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인간들은 모두 죽고 말았어. 인간은 고통, 슬픔 없인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래서 지금과 같은 매트릭스가 되고 만 거야."

 

 

내 생각에 매트릭스의 유일한 결점은 이후에 나온 시리즈들이다. 

매트릭스가 없는 1999년을 상상할 수 있는가? 나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매트릭스는 보드리야르의 가상현실을 철학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매스미디어에 전도되는 현상, 가상현실의 시초). 극 초반에 앤더슨이 방문객에게 물건을 건네줄 때 열었던 책이 그의 철학서라고도 했죠. 

그뿐 아니라 동양사상(주짓수, 쿵푸 포함)도 혼재되어 나타납니다. 트리니티와 네오의 외모에도 반영되었죠. 극 중 '스푼은 없다'가 나오는데 저는 이를 기초적인 선 사상이라 해석했고요. 있으되 없다 라는 사상은 동양에서 흔하며, 많은 창작자들에게 언급되곤 했죠. 

언뜻 하루키도 이와 비슷한 말을 연기(act)에 빗대어 한 적이 있고, 이는 영화 '버닝'에서 전종서가 귤 먹는 장면으로 재현하니(대사나 상황도 책과 똑같아요), 참고해봐도 좋을 듯해요. 

있다, 없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것. 그것이 현상을 초월하여 능력을 발휘할 근거가 되는 것이죠. 즉, 매트릭스에서는 가상현실이 되겠네요. 코드를 뽑으면 그것은 '없으'니까요.

예전에도 리뷰를 한번 썼던지라 간략하게 올리긴 했지만, 매트릭스는 파헤칠 부분이 많은 영화죠. 윌리엄 깁슨, 그에 더해 필립 k딕도 떠오르네요. 터미네이터, 토탈 리콜 등에 이어 그 시절의 대미를 장식한 매트릭스는 sci-fi 장르가 좁다할 만한 영화계의 사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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